기똥이의 초등입학, 부모의 마음

와 그 애기가, 꼬마 녀석이
벌써 초등입학이라니

많이 컸구나

역시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모습보다
항상 더 큰 존재다.
마음의 크기도, 생각의 크기도

어린이집 졸업식-
담임 선생님의 편지낭독에
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듯
눈물을 꾹꾹 참을 줄도 알고,

선생님, 어린 동생들을 꼭 안아주며
4년을 다닌 어린이집과 멋지게 이별했다.
(졸업 며칠 만에 다시 찾아갈 날을 세고 있다^^)

초등학교 입학식-
우리 기똥이 ㅋ 다행히 떨리는 마음보다
설레는 맘을 품고,
당당하게 교실로 혼자 걸어갔다
부모는 체육관에서 대기하고
담임 선생님 인솔 하에 잠시 뒤
아이들이 들어왔다

지켜보는 엄마들이(나 포함;;) 더 조마조마한 듯 보이는데,
정작 아이들은 긴장감+설렘으로 씩씩하게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른다
기특한 사랑둥이들

첫 정상 등교일(2023.3.3. 금)

교문 앞에서 아이와 헤어져야 한단다
아이는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혼자 2층 교실로 찾아가야 하는데
물론 잘할 거라 너무나 믿지만
막상 닥치자 엄마도 허둥지둥 뭔가 난감하다

"앞으로 쭉~ 가면 어제 봤던 현관이 나올 거야, 가면 어제 교실 찾아간 기억이 날 거야, 못 찾으면 선생님들 계실 테니 물어보면 돼. 얼른 들어가"

뭔가 떠밀리듯 아이를 보내고
뒷모습을 지켜보니
씩씩하게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
천천히 가도 되는데 녀석
...

어? 어???
그런데 책기방이 왜 내 손에 있지??
@_@
오. 마. 나

“엄마 나중에 어디서 기다릴 거야?
/ 여기 있을 거야. 걱정 마
엄마를 못 찾으면? / 그럴 일 없어.  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혹시 안 보이면, 옆에 엄마들한테 전화해 달라고 하면 돼~ 헤어지기 전 긴장하며 폭풍 질문 하던
아이 앞에서 침착하게(?) 달래주느라
나도 정신줄을... 함께 놓아버린 모양…ㅠ_ㅠ

그렇게 나는 책가방 덕에(?)
교실 출입을 하게 되었고
초조하게 기다릴 기똥이 생각에 얼른 가서
전달해 주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~ 웃는다

나중에 들으니
자기도 가다가 가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돌아가면 엄마를 못 만날까 봐,
벌써 갔을까 봐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
선생님께 말씀드렸단다
"엄마가 곧 가져다주실 거야"라는
선생님 말대로
엄마가 찾아오니 안심한 모양이다
기똥이 제법이다😘
당황하지 않고
침착하게 상황판단하고
대처도 아주 훌륭하다 ㅎㅎ

아구 기특한 내 새꾸
😍💚🤎

ㅋㅋㅋ가방 메고 학교만 가도
기특하다더니 바로
이 기분이구나

.
.
.
.
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
딱히 와닿은 적 없던 이 말이
요즘 한 번씩 생각난다 어른의 기준이
나보다 남을 더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것이라면
더 아껴주는 것이라면,
더 큰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면,
나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면,
부모가 진짜 어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

어떤 연애나 사랑이
이렇게 한결같이
온 맘을 다해 진심일 수 있을까...
이렇게나 클 수 있을까?

시골에서 자란 나의 유년기
온 맘을 다해 키웠어도
물질적으로 더 주지 못한 것에
부모님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

다 키워놓고 맘의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기니
친구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다 보면
문득 우리 어린 시절이 떠오르시는 걸까?

“그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너네한테는 해준 게 없네, 우리 딸들은 알아서 잘 커줬다”
한 번씩 엄마가 하시던 말

몇 해 전 내 생일
용돈을 보냈다는 엄마의 문자가 왔다
"모처럼 너의 생일 이야기를 하네. 여태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"

아무것도 못해주다니
못해주다니...
감정표현이 담백하고 무딘 줄만 알았던 엄마의 뜻밖의
문자

가슴이 저릿
쿵_ 한다

아니요 절대 아닙니다
아무것도 못해주다니요

사회생활 잘하는 성격 좋은 아이로
잘 길러 주셨어요
어디 가도 반겨주는 사람들 많고요
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책임감 있는
사람으로... 이만하면 바르게 컸어요
감히 말해요

자부심 가지셔도 좋습니다 엄마 아빠 ^^

"힘든 일이 생겨도 오래 앓지 않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과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는 긍정의 힘을
두 분이 주셨습니다.
이 보다 더 큰 게 어디 있을까요?"

역시,
사랑은 내리사랑이 맞나 봅니다
내 새꾸 일상 기록하다가, 자랑스러워하다
아주 가끔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네요
이렇게라도 한 번씩 떠올려
감사한 마음 잊지 않으려고
오늘은 글 남겨봅니다.

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. 엄마 아빠